곤륜산 정상에서.
곤륜산 정상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라서 텅비어 있고,
올라오는 수고로움의 보상으로 텅빈 정상엔 시원한 바람만 가득합니다.
정상의 활공장은 기댈 곳 이라고는 없습니다.
기댈 곳 없는 정상에 자전거를 뉘어 봅니다.
갑자기 저 아래 세상으로 내려가기가 싫어집니다.
우리나라 산 정상들이 그러하듯이
곤륜산 정상도 동해 바다를 바라보면서 멍때리기 정말 좋은산입니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산에 올라 온 사람들이 적어서.
더 궁상을 떨고 싶은 시간입니다.
동해 바다는 삶에 찌들은 시름쯤은 보듬어 줄것만 갔고.
서쪽으로 가는 산그리메는 흐린 날씨지만 아름다운 풍경화 같습니다.
하늘은 찌푸려 있었지만 비는 오지않아 휴식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날 입니다.
나도 누워있는 자전거 옆 그늘에 앉아 물 한모금 마시고 일어납니다.
자전거를 일으켜 세웁니다.
일어난 자전거는 곤륜산 푸른 정상에 홍일점입니다.
누워 있을때 보다 더 잘생기고
주인 데리고 어디든 갈 수 있을만큼 튼튼해 보입니다.
오라는 곳은 없어도 아내와 딸이 걱정할까봐
내려가 봐야 되겠습니다.
지난번 자전거 타고 아침 일찍 나와 오후 다섯시가 넘었는데,
아내 휴대폰으로 딸이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어디쯤이셔요~~~?
으~응~~ 집에 다 와가 ~
아~아 ~ 조심히 오셔요.
아내가 그럽니다. 폭염 경보인데, 늦으면 연락 좀 하지 걱정되게~~~
얼른....... 역풍이 세게 불어 빨리 못 왔다고 핑계를 댔습니다.
자전거 탈 때 바람은 나 보다 아내가 더 싫어해서 바로 수긍을 합니다.
바람에게 미안합니다.
너 라고 불고 싶어서 불었겠니~?
자연의 이치인걸,
곤륜산 정상에 오르면 발 아래 푸른 동해 바다 내려다 보면
세상사 속세의 고민과 번뇌를 잠시나마 잊을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정화 되는 곳입니다.
인생이 경이롭고 나쁘지 않다고 한 윤여정 배우님의 어느 시상식 소감이 생각납니다.
내 인생의 오늘이 윤여정 선생님보다 더 경이로운 날입니다.
곤륜산 정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