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오늘의 낙서

by 화이트 베어 2011. 9. 25. 20:52

본문

728x90
반응형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요약설명 :
출판사 : 현대문학 / 저자 : 박완서
분야 : 문학/수필
등록자 : 나날이
평점 :  9.00 (2명)
나날이 님 서평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흔히 가장 질곡의 자리일 가능성이 많다.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어느 시점,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어느 시점 등이 이야깃거리로 많이 등장한다. 나도 그렇다. 글을 쓸 때면 거의 어린 시절 힘들었던 자리가 내 지면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 속에서 출발을 하든지, 아님 그 부분에서 끝을 내든지 그렇게 됨을 볼 수가 있다. 이 책의 작가는 많은 글을 쓰고 있다. 우리 문단에서 호흡이 비교적 긴 편에 속하는, 역작을 쏟아내어 놓고 있는 작가다. 그 이야기의 중심에 많은 내용이 6.25와 관련이 있다. 6.25 체험이 작가의 인생 중에서 가장 감각이 뛰어나고 선명한 기억력을 소유한 20대 초반이라서 그럴 것이고, 그 내용이 너무나 특별한 것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녀는 대학을 입학해 놓고 바로 전쟁을 만났다. 그래서 전쟁과 더불어 휘황찬란한, 개념적인 지식의 틀 속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현실적인 삶 속에 해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오빠들이 가고 어머니와 가정을 이끌어 나가야하는 마당에 좌우익 대립의 파고를 거쳐 나와야했던 그의 삶은 한 마디로 처절했다. 그런 삶이 그의 작품에 면면히 드러나는 내용이다.

사람들은 그의 사람 속에서 늘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자의든 타의든 그것이 이루어지고 그 선택된 길을 걸어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선택되지 않은 길이 있다. 지나오고 난 뒤에 사람들의 그 못 가본 길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보편적인 일이고, 보편적으로 가질 수 있는 정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른 길에 대한 향수를 가지는 듯하다. 사실은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많은데 말이다. 작가도 그렇게 그 길에 대한 향수를 보이고 있다. 전쟁이라는 상황이 설정되지 않았을 때 이루어진 그의 삶, 최고의 대학에서 수학하고 아름다운 지식을 쌓으며, 그 지식을 활용하여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또한 고민이 적은, 그리고 아픔이 적은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무가 모진 햇살을 받지 않으면 열매의 당도가 떨어지는 듯이 인간의 삶도 시련과 아픔이 적을 때 그 나타나는 결과는 기대치에 못 미칠 수도 있다. 즉 현실의 모습보다 더욱 못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작가는 말한다. 그럴 지라도 그 가보지 못한 길이 못내 마음에 남는다고. 그 아픔이 없는 오순도순 살아가는 삶이 그립다고.

이 책은 작가의 다양한 수상(隨想)이 들어 있다. 인생의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그의 삶이 가득히 녹아 있는 글들이다. 그 속에서는 시대에 대한 아픔이 그려져 있고, 삶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나타나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작지만 숭고한 향기의 삶을 그리고 있고 인생에 대한 통찰이 보여 지고 있다. 은은한 향기가 난다.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대숲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 속에서 청신한 기운을 마음껏 흠향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늘 그 향기에 대한 생각을 했다. 작가는 전원으로 이사하여 조그만 텃밭을 일구며 또 마당을 가꾸어 나가는 삶을 산다. 그러면서 풀들에 대한 애착과 나무에 대한 사랑을 가득히 전한다. 흙에 대한 느낌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시간 시간을 고마움을 가득히 지니고 행복하게 바라보면서 그 은혜를 말한다. 우리 인생들이 궁극적으로 다가가야 할 것들에 대한 애착이랄 수도 있겠다. 글을 읽고 있는 중에 작가가 타계하셨다. 글의 부분 부분들이 더욱 뜻을 가지고 밀려든다. 분의 글 속에서 땅과 가까이 하는 느낌에 대해서 적어두고 있는 부분을 몇 장 옮겨 본다.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215쪽) 선생님은 마침내 자유로워지셨구나. 부러운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맺힌 슬픔, 의지가지없이 허전한 마음이 헐렁해지자 우리는 찍찍 허튼 수작까지 날리며 희희덕댈 정도로 편안해졌습니다.(255쪽) -분이 사랑하던 박경리 선생이 돌아가셨을 때의 느낌을 적은 글입니다. 죽음을 예견한 듯한 그의 느낌과 각오, 편안한 마음이 되어 하늘을 떠돌고 있을 분의 영혼을 그려봅니다.

책은 몇 권의 책들에 대한 단상도 들어 있습니다. 책들에 대한 독후감이라기보다 작가의 마음속에 다가오는 책들의 개인적인 의미를 그려내고 있다고 할까요? 13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글들은 우리들에게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한다는,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소화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참 책들의 내용과 작가의 삶이 공유되어 더욱 책들에게 잘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두 번 읽기가 되는 듯합니다. 문태준 시집 <그늘의 발달>에서 새와 함께 밥을 먹어야 하는 화자의 상황을 시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과 동일시하는 모습, 작가는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에서 그 엄마가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상황이지만 그것을 통해 엄마의 진솔한 아픔을 들여다보는 내용, 박경리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찬 홀가분하다>에서 작가의 삶에 대한 통찰,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 영혼의 편지>에서 노동과 정직과 사랑의 아름다움을 그려나가고 있는 모습은 분명 작가의 것일 터이다. 작품 속의 모든 내용들이 작가에게 용해되어 새로운 구조물로 거듭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느꺼워 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책은 이렇게 읽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에게도 따뜻한 안목과 사랑이 일구어지는 느낌이 일었다.

또 그리운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항상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였던, 그러나 큰 얼굴 김수환 추기경, 우리 시대 문학의 큰 산 토지의 박경리, 보석처럼 빛나고 암울한 가운데 희망을 잃지 않았던 화백 박수근 등이 소개된 분들이다. 그들과 만났던 인연을 그리면서 한 분은 정신적 스승으로, 한 분은 영혼의 반려자로, 또 한 분은 시대의 굳건한 정신으로 그렇게 만나고 나눈 분들로 그리고 있다. 소개된 분들에게 작가를 통해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가 있었다. 감사한 일이다. 그렇게 타인에게 아름다운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감동이 되었다.

화사하게 웃고 있는 표지의 할머니,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많다. 그의 눈에 비친 모든 것은 채색되어 그림이 된다. 그 그림은 세인들이 감탄할 만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언어들이 구수하다. 옛날 할머니의 입언저리를 닮은 분의 언어 속에서 나는 나의 할머니를 떠올린다.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셨고, 그 이야기가 지금도 나의 정신적인 보석이 되고 있다. 그때 우리는, 나는 대여섯 살 되었을 성 싶다. 할머니의 무릎에서 이야기를 졸랐던 기억이 있다. 할머니는 천일야화처럼 무궁무진하게 이야기보따리를 푸셨다. 그 느낌이 너무도 구수하다. 지금 작가 박완서의 글에서 그 할머니를 느낀다. 소담스럽게 전해지던 빛깔 있는 언어의 향기, 그것을 지금 분의 글 속에서 만나고 있다. 행복하게 책을 읽었다. 분의 생활 속에서 만난 많은 이야기가 재료가 되어 시대에 녹아 있는 이야기들, 월드컵 축구도 촛불 집회도 모두가 사랑 속에 녹아 흐르고 있다. 남대문, 아다리 등 고전도 모두가 소망 속에 녹아 흐른다. 분의 고양된 정신이 넉넉하게 흐르는 글을 읽고 있다보면 시간이 빨리 흐른다. 4년 만에 출간한 이야기라는 이 책이 표지의 꽃들처럼 화사하다.
오늘 책을 손에 놓으면서 가신 분을 떠올려 본다. 어제 TV에서 비치던 분의 선한 영상이 가슴에 아려온다. 그러나 삶은 흙을 닮은 것, 가고 오는 것이 아닐지. 나희덕의 시 <뿌리에게>가 생각난다. 시는 흙의 속성을 가지고 삶을 그려나가고, 흙의 희생적인 모습을 통해서 부모의 희생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는 글이다.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내 가슴에 끓어오르던 벌레들,
그러나 지금은 하나의 빈 그릇
너의 푸른 줄기 솟아 햇살처럼 반짝이면
나는 어느 산비탈 연한 흙으로 일구어지고 있을 테니.

분의 글들이 인구에 회자되듯 분도 어디에선가 노래하고 춤을 추며 다음의 길들을 걸어가고 있지 않으랴. 그것이 나희덕이 준 일구어지는 연한 흙이고, 그의 언어에서 준 빛나는 자리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불현듯 들면서 하늘을 쳐다본다

.

저자 박완서

저서 (총 221권)
박완서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나 서울대학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으로 중퇴하였다. 1970년 마흔이 되던 해에 『여성동아』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장편소설 『휘청거리는 오후』,『도시의 흉년』,『목마른 계절』,『욕망의 응달』,『오만과 몽상』,『서 있는 여자』,『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미망(未忘)』,『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등이 있으며, 소설집으로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배반의 여름』,『엄마의 말뚝』,『꽃을 찾아서』,『저문 날의 삽화』,『한 말씀만 하소서』,『너무도 쓸쓸한 당신』 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살아 있는 날의 소망』,『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한 길 사람 속』,『어른 노릇 사람 노릇』, 『두부』 등이 있다.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청송 권규학 조회 133 |추천 0 | 2011.01.23. 16:41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靑松 권규학
    
    
    기분이 울적한 날이면 마음은 늘 고향에 간다
    논둑을 따라 구렁이처럼 엎드려 있는
    걸어도 걸어도 지치지 않는 길
    아롱아롱- 졸음을 부르는 햇살 한 점
    길섶, 보송송 털외투 꽃잎 주머니
    그 속에 봄의 입김이 가득 숨어 있다
    윙윙- 소리치는 겨울바람 속에서도 
    시린 느낌을 받지 않는 건
    마음이 머물렀던 소담한 시골 길 덕분
    언제 어느 때 가도 반겨주는 고향
    맘에 드는 몇 군데를 책갈피에 꽂아와
    가슴 시린 도시인에게 살짝 공개한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하기에.(110123)
    

- 박완서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반응형

'오늘의 낙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마트폰 사진올리기 연습  (0) 2012.02.02
대문  (0) 2011.10.28
꼭두새벽 버스안에  (0) 2011.06.17
넘지말아야할선  (0) 2011.06.17
초등학교동문회  (0) 2011.06.17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