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토함산 근처에 고즈넉하게 위치한 전통 찻집 " 백년 찻집 "
그날도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몇년전에 팀산행으로
토함산에서 운제산 까지 걸을때........
산에 다니는 꾼들은 토.운 종주라 부른다.
그때 이 백년찻집에 들려서 차 한잔 마시고 싶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
오늘에서야 들려본다.
토함산에서 내려와 함월산으로 가는 추령고개에 고즈넉하게 있는 백년찻집
입구에서부터 야생화와 차 향이 풍기는 정원
낮인데도 찻집 한옥에서 등불이 멋스럽게 세어나온다.
안으로 들어서면 노래가 흘러 나오고
벽에 걸린 시와, 찻잔. 솟대. 장식품들이
한참을 둘러보게 만든다.
세월의 흔적을 볼수있는 메뉴판을 먼저 건네주면
백년찻집이라 백년차 한잔 먼저 주문하고
또 한잔은 ~~~~
백년차는 독하지 않으면서 부드러운게 보약같은 느낌이다.
실내 등불의 분위기에 한참을 머물다가
정원으로 나온다.
정원에서는 사진을 찍고 구경거리가 참 많다.
재미있는 조각작품에 나무들도 다양하고 야생화도 아름답다.
백년찻집에 가을이 내려 앉으면 더 멋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거져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어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